나의 일상

이 한편의 시 - ' 갈퀴 '

N원주민 2008. 3. 5. 19:36

 

       ' 갈   퀴 '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  - 이재무 -

 

흙도 가려울 때가 있다.

 

씨앗이 썩어 싹이  되어 솟고

 

여린 뿌리 칭얼대며 품속 파고들 때

 

흙은 못 견디게 가려워 실실 웃으며

 

떡고물 같은 먼지 피워 올리는 것이다.

 

눈 밝은 농부라면 그걸 금새 알아 차리고

 

헛청에서 낮잠이나 퍼질러 자는  갈퀴 깨워

 

흙의 등이고 겨드랑이고 아랫도리고 장딴지고

 

슬슬 제 살처럼 긁어주고 있을 것이다.

 

또 그걸 알고 으쓱으쓱 우쭐우쭐 맨머리 새싹은

 

갓 입학한 어린애들처럼 재잘대며 자랄 것이다.

 

가려울 때를 알아 긁어주는 마음처럼

 

애틋한 사랑 어디 있을까

 

갈퀴를 만나 진저리치는 저 살들의 환희

 

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

 

사는 동안 가려워 갈퀴를 부른다.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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